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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가까운 위로 - 제주 동자석, 그리고 영월 나한상

2023년 10월 24일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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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가까운 위로 - 제주 동자석, 그리고 영월 나한상-사진1

국립제주박물관(관장 박진우)은 10월 13일(금)부터 특별전 ‘가장 가까운 위로-제주 동자석, 그리고 영월 나한상’(2023. 10. 13.~2024. 2. 18.)을 개최한다. 17~20세기의 제주 동자석 35점, 영월 창령사 터 출토 오백나한상 32점, 제주 현대작가의 조각와 회화 11점 등 모두 82점의 전시품이 한자리에 펼쳐진다.

사람을 위로하는 돌사람, 제주 동자석과 영월 나한상
이번 전시는 삶과 죽음에 관한 위로와 성찰이 주제이다. 오랜 세월을 거쳐 오늘까지 전해오는 돌사람(석인상)은 수많은 사람에게 위로가 되어왔다. 국립제주박물관은 그중에서도 보통 사람들과 가장 가까운 존재였던 제주 동자석과 영월 창령사 터 출토 오백나한상에 주목했다. 제주 동자석은 봉분 가장 가까운 곳에 서서 산 사람을 대신해 망자를 위로하고 보살핀 돌사람이다. 영월 창령사 터 출토 오백나한상은 깨달은 성자(聖者)인 나한을 각양각색의 친근한 표정으로 조각한 돌사람으로, 현세와 내세의 복을 비는 갖가지 기원을 들어주던 존재이다. 제주 동자석과 영월 나한상은 친근한 조형으로 산 사람과 떠난 이를 함께 위로한 돌사람이라는 점에서 서로 통한다. 기획전시실 중앙에 들어서면 제주의 파도를 투사한 스크린 영상 아래에 <홀을 든 동자>(제주시 조천읍 함덕리 출토, 국립제주박물관 소장)와 <보주를 든 나한>(영월 창령사 터 출토, 국립춘천박물관 소장)이 서로 마주 보고 있다.

오름에 들어선 제주 동자석의 정수
제1부 ‘내 곁의 위로, 제주 동자석’에서는 제주대학교박물관, 제주돌문화공원, 제주특별자치도 민속자연사박물관, 국립중앙박물관, 국립제주박물관 등이 출품한 동자석과 목조 동자상 등 44점을 감상할 수 있다. 제주의 오름을 형상화한 구조물에 고사리와 엉겅퀴를 비롯한 제주 고유의 식물을 연출하여 본래의 자리에 놓인 동자석을 만나는 생생한 경험을 제공한다. 1685년경 제작된 <두 손을 모은 동자>는 초기 제주 동자석의 모습을 살필 수 있는 작품으로 주목된다. 제주시 조천읍 와흘리에 있던 산마감목관(山馬監牧官) 김대진(金大振, 1611~1685) 묘의 동자석으로, 경주김씨파주목사공대진파문중 김동욱이 기증한 이래 국립제주박물관의 보존 처리를 거쳐 이번 전시에 최초로 공개된다. 제주 동자석의 머리카락 표현은 댕기 머리, 쪽머리, 민머리가 대부분이어서 쌍상투가 일반적인 다른 지역 동자석과 다르다. 이번 전시에는 한양조씨제주도문중회에서 출품한 <술잔을 올리는 쌍상투 동자>를 선보인다. 제주에서 보기 드문 쌍상투 동자석으로, 경기지역 동자석으로 추정되는 <쌍상투 동자>(국립중앙박물관, 2021년 고 이건희 회장 기증)와 비교하여 감상할 수 있다.

영월 나한상이 건네는 성찰의 미소
제2부 ‘내 안의 미소, 영월 나한상’에서는 국립춘천박물관 소장 영월 창령사 터 출토 오백나한상 중 대표적인 32점을 선보인다. 2001년 5월 강원도 영월군 남면 산자락에서 처음 나한상이 발견된 이래 317점에 달하는 나한상이 출토되었다. 이국적이거나 위엄있는 모습이 아니라 보통 사람의 친근한 얼굴과 표정으로 깎아 남다르다. 이번 전시에서는 파도 형상의 받침대에 영월 나한상을 전시하여 바다를 건너 제주에 온 나한의 의미를 살렸다(도 5). 저마다 다른 개성을 지닌 나한상 하나하나를 몰입하여 감상할 수 있다. <바위 뒤에 앉은 나한>은 마치 돌덩어리에서 막 모습을 드러내는 듯한 재치가 돋보이는 조각이다(도 6). 2018년 국립춘천박물관 특별전 <창령사 터 오백나한, 당신의 마음을 닮은 얼굴>에 이어 2019년 서울과 부산, 2022년 호주 시드니와 전주, 2023년 강릉 전시에 이르기까지 영월 창령사 터 나한상은 많은 관람객에게 감동을 주었다. 국립제주박물관은 이번 전시를 마련하여 그 감동을 제주에서 최초로 펼친다. 이어지는 에필로그 ‘오래된 오늘’에서는 제주의 미술가 현충언, 박훈일, 김남흥의 작품을 전시하여 제주 동자석과 영월 나한상에 이어 삶의 위로와 성찰에 관한 여운을 전한다.

모두를 위한 오감만족 전시
이번 특별전은 오감을 자극하는 총체적인 경험을 제공한다. 전시실에 자연의 소리와 향을 담아 제주다운 분위기를 연출했다. 제1부 ‘내 곁의 위로, 제주 동자석’에는 섬휘파람새를 비롯하여 제주 숲에 깃든 갖가지 새소리를 연출하였고, 오름과 숲의 풀냄새를 연상케 하는 자연 향을 조향했다. 제2부 ‘내 안의 미소, 영월 나한상’에는 제주의 파도 소리와 사찰 풍경 소리가 흐르고, 침엽수림 속에 들어온 듯한 향기를 연출하여 명상에 잠기는 공간을 조성했다. 촉각전시 체험 공간에서는 제주 동자석과 영월 창령사 터 나한상의 형태와 서로 다른 돌의 질감을 손으로 느껴볼 수 있다.

이번 특별전은 제주 동자석의 역사성과 예술성을 조명하는 첫 번째 전시이자 영월 창령사 터 오백나한상의 첫 제주 나들이이다. 이번 전시를 계기로 제주 동자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기를 기대한다. 앞으로도 국립제주박물관은 제주의 역사와 문화를 조명하는 다양한 특별전을 선보일 예정이다.